2012. 7. 31 (화)
밤에는 개구리로 추정되는 동물의 우는 소리가 문 밖에서 크게 들렸는데 마치 빨래판을 나무 젓가락으로 긁어대는 소리 같았다. 또 시장에선 무슨 흥겨운 축제를 하는지 아득히 노랫소리가 들렸다. 방콕 사람들은 매우 친절했는데 어쩌면 동남아가 유럽보다 덜 위험한 것 같다는 이야기를 잠들기 전에 룸메이트와 나눴다.
간밤은 간헐적으로 푹 잔(?) 밤이었다. 방콕 시간 9:30 (한국 11:30) 에 잤으나 방콕시간으로 새벽 2시, 4시, 6시에 자주 깼다. 아무래도 여자 둘이 한 쪽 벽이 전부 유리인 방에서 자려니 조금 무서워서 그랬나 보다. 또 이 방이 복도에서 제일 끝 방이기도 해서 비교적 조용하고 한적했다.
난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하는 체질인데 여행만 가면 불편해서인지 아침에 잘 일어나곤 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아침 7시에 침대를 박차고 일어났다. 날씨는 꽤 시원했다. 룸메이트도 혹시 누가 방에 들어올까 걱정되어서 밤에 종종 깼다고 했다.
씻고 빨래가 마른걸 확인 후 호텔에서 제공되는 아침을 먹으러 갔다. 수박, 파인애플이 당도가 훨씬 높아서 맛있었다. 시리얼은 한국 제품과 비슷했고 샐러드 소스도 맛이 비슷했다. 샐러드 재료는 치커리, 토마토, 양파, 오이었다. 그리고 태국식 밥 메뉴도 조금 있었는데 (정체를 알 수 없는) 계란 볶음밥, (곰국 비슷한 맛이 나는) 닭국, 좀 짠 닭고기 등이었다. 닭을 매우 다양하게 사용해서 요리를 한 점이 특징이었다. 마치 이 나라 사람들은 닭이 더 주식인 것 같았다. 음식이 달고 짜서 아마 이틀 이상 먹으면 질릴 것 같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여기서 먹은 아침이 한달 간 했던 여행 중 먹은 아침 중 제일 호화로웠다!)
아침을 먹고 테스코로 아이스크림을 사먹으러 갔다. 방문하는 나라마다 아이스크림을 먹어보는게 소소한 목표다 ㅋㅋ 15 바트 짜리 컵 아이스크림을 샀는데 달고 맛있었다. 아이스크림을 사고도 400 바트가 남아서 Thai Masage를 받으러 갔다. 인당 200바트였다. 독특한 향냄새가 났으며 병원처럼 눕는 자리 사이사이마다 짙은 주황색 커튼이 있었다. 여기 사람들은 다 조금씩 영어가 가능하여 간단한 의사소통에 문제는 없었다. 마사지는 1시간동안 진행되었으며 전신을 해줬다
발가락부터 진행되었는데 발가락 관절을 뽑아서 ‘우둑’ 소리가 나게도 하고 골반이나 허벅지 종아리를 강하게 지압도 하고 강한 유연성을 요구하는 동작을 취하게 하기도 했다. 내가 유연성 있게 태어난 것은 오늘 죽지 않기 위해서라는 깊은 깨달음을 얻었다.
다리 마사지가 끝난 후 팔과 등 마사지가 시작되었다. 등마사지를 할 땐 마사지 하시는 분이 내 엉덩이와 허벅지를 밟으셔서 이대로 죽는구나..라고 생각했다. 내가 덩치 큰 남자였다면 내 등까지 밟았을 것이다. 이 밖에 두피 마사지, 이상한 자세의 스트레칭도 하였다. 개운하긴 했는데 어째서 마사지 후가 더 초췌해보일까..ㅋㅋ 마사지 해주신 분은 30대 후반? 40대 초?의 아줌마로 말랐는데 힘은… 임산부, 노약자, 유연성이 안 좋은 사람은 비추천 ㅋㅋ.. 끝나고나니 그래도 재밌는 경험이었다.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마사지를 다 받고 나니 10:44 AM 이었다. 숙소로 돌아가 짐을 챙기고 11시 셔틀을 탔다. 남은 거스름돈들은 숙소엔 20바트, 청소부 아줌마껜 10바트를 팁으로 남겼다. 그래도 50바트가 남아서 이 돈은 공항에서 쓰기로 했다.
공항 도착 후 티케팅을 하는데 문제가 생겼다. 우리가 어제 방콕을 왔고 오늘 런던행 비행기를 타므로 공항 밖으로 나간 셈인데 이에 대한 tax를 요구했다. 무려 인당 700 바트...; 이 사실을 모르고 바트 환전을 했으므로 우리 수중엔 50바트 밖에 없었고 서둘러 ATM으로 갔으나 이상하게도 우리 둘다 출금이 안되었다. 음.. 유럽에서도 안되면 큰일인데..
이리저리 헤매다 결국 가진 돈을 환전하기로 했다. 한국서는 350 바트를 2만원에 환전해서 700 바트는 4만원 정도면 될 줄 알았는데 61,000원을 요구했다. 역시 돈은 한국서 잔뜩 환전해서 들고 다니는 것이 사실 제일 좋다ㅋㅋ 잃어버리지만 않으면 이게 제일 이득이다. 유로의 경우 40유로가 1400 바트였는데 우리가 거의 1300원 후반 대로 환전을 했으므로 이게 더 이득이었다. 40 유로를 주로 얼른 tax를 낸 후 티켓에 표시된 대로 C7 gate로 갔다. Gate가 무슨 350 m의 면세점라인을 지나 있어서 열심히 뛰었다.
여기 면세점은 인천공항보다 많고 화려했으나 붐비진 않았다. 오히려 한산했다. 화려한 Thai의 불상과 현재 왕의 사진을 장식한 건축물이 있었으나 달린다고 못 찍었다.. 12: 25 출발 비행기를 탑승 문 앞에 12시에 도착했는데 우리가 도착하니깐 이코노미석 입장이 시작되어 조금 허무했다.
남은 바트 : 127 바트 (~4,445 \)
비행기에 탑승 후 가이드 책을 보려고 했다. 아침에 룸메이트에게 빌려줘서 다시 달라고 하니 숙소에 두고 온 듯 하였다….책..bye.. 책도 아깝지만 앞으로의 일정이 더 free해진게 더 걱정이었다. 짐이 가벼워진 것에 의의를 두자.
12:25 London 행 비행기가 출발했다. 한 11시간 비행기 안에서 있었는데 먹는데 1시간, 잠 3~4시간, 영화 2시간, 나머지 6시간 정도는 슈퍼마리오만 했다. 비행기 좌석 앞 모니터를 통해 영화나 음악감상, 현재 고도나 기온, 목적지까지의 시간들을 볼 수 있었다. 음악은 k-pop 장르엔 아이유, 포미닛, 빅뱅, mc the max가 있었다. 아이유가 먼저 나와서 굉장히 반가웠다. 클래식 장르도 꽤 많았는데 못 들어본 음반이 많아서 지루하지 않았던 것 같다. 닌텐도 게임도 있었는데 게임 카테고리를 선택한 것이 화근이었다. 오류인지 들어가는 것은 됐는데 나오는 것이 안됐다.. 그래서 6시간 동안 슈퍼마리오를 하게 되었다. 뭐..어렸을 때 좀 해봤으니깐..했지만 어렸을 때 한 것은 세이브빨이었나 보다. 여기 슈퍼마리오는 세이브도 안되고 길에 대한 공략도 볼 수 없는 상황이어서 순수한 컨트롤의 시간이었다.. 첫 번째 성부터 개삽질과 인고의 시간을 거쳐 8개의 성 중 절반 정도 깼다.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시간을 모조리 할애하여 깰 계획이다.
영화는 건축학 개론을 봤는데 슬펐다.. 한가인 입장도 엄태웅 입장도 이해가 돼서 그런가.
런던시간 18:30에 정말 부드럽게 착륙했다. 전에 제주도 가면서 탄 아시아나는 광란의 흔들림이었는데..(그 때 제주도 기류가 불안정했을 수도 있지만) 타이항공 운전은 안정적이었다.
비행기에서 내리니 시원한 기온이 느껴졌다. 아 이것이 런던의 기온인가..는 공항 에어컨이었다. 공항~underground~숙소(Victoria 라인의 Vauxhall. 피카딜리라인 타고 와서 환승함) 까지는 사진이 없다. 초긴장 상태도 물어 물어 숙소 찾아가기도 바빴다. 그래도 지하철을 타고 가며 창밖으로 보이는 예쁜 지붕들이 유럽에 왔다는 것을 실감하게 해준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올림픽의 영향인지 곳곳에 info 요원은 정말 많았다. 뭘 해야 할지 모를 땐 이런 요원들에게 질문을 하는 것이 가장 쉽고 간편했다. 별 다른 위험 없이 underground의 오이스터 카드를 파는 곳까지 갔다. 카드 보증금이 5 £여서 5 £ 충전하여 10 £를 국제학생증으로 결제했다. 기계로 카드를 사면 카드 결제만 가능하다. 5 £는 지하철 1번, 버스 1번 타니깐 잔액 부족이었다..적어도 10 파운드를 충전하는 것을 권장한다.
참고) 1 £는 1,800 \ 정도로 교통 요금은 우리 나라 물가의 3배이다..
Vauxhall에서 내려 숙소번호로 전화하니 민박 주인 언니가 반갑게 맞으러 오셨다. 숙소는 역에서 도보 2분 거리였다. 주인 언니는 정말 친절하게 여행 spot 을 지도에 표시하며 설명해줬다. 우리가 어딜 가고 싶다고 하니 길도 찾아주고 요금도 봐주고 했다. 남친이 영국인이라 신기했다. 숙소 길 건너 테스코도 있고 다른 관광 명소와의 거리도 매우 적절한 곳이었다. 방 값도 도미토리 22.5 £/day 로 현지 숙소 중에선 굉장히 저렴했다. 저렴한 것과 교통이 편하다는 점이 장점이었지만 숙소 자체는 그렇게 깨끗하진 않았다. 화장실도 1개만 있고 엄청 청결한 편은 아니었다ㅠㅠ 다음에 간다면 호텔이나 유스호스텔을 이용해볼 것 같다.
Fig 1. Vauxhall 주변 풍경
주인 언니는 마침 오늘밤 야경 투어가 있다고 우리를 무료로 보내주셨다. 마침 오늘 밤은 일정이 없었는데 very good!! 21:30 부터 야경투어를 시작했다. 88번 버스를 타고 피카딜리 서커스(에로스 동상 있는 광장)에서 가이드를 만났다. 투어 받은 사람들은 9명 정도여서 10명이 몰려다녔다. 피카딜리 서커스가 생긴 역사를 가이드에게 들었다. 이 곳의 전광판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광고료를 받는다는데 삼성, 현대, LG가 있었다. 총 광고 수는 10개 정도였다. 오… 그런데 예를 들어 apple은 딱히 여기 광고 안 해도 잘 팔리는 거 같은데? 란 생각도 했다. 목적이 광고반 과시반인걸까.
Fig 2. 피카딜리서커스의 중앙에 있던 에로스 동상
피카딜리서커스 근처는 정말 사람이 많았다. 수많은 향수가 섞인 냄새, 담배 냄새들로 머리가 조금 어지러웠다. 화려하게 화장하고 옷 입은 젊은이들이 곳곳에서 춤을 추거나 쇼핑을 다니고 있었다. 가이드말로는 클럽의 도시라니 번화가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런던 시내의 분위기를 마음에 들어 할 것이다. (내가 이 때는 셜록을 보기 전이라 런던을 설렁설렁 봐버렸다..ㅠㅠ)
Fig 3. 피카딜리서커스 주변 풍경. 현장 느낌은 사진으로 보이는 것보다 사람이 많고 왁자지껄했다
피카딜리서커스서 이동하면서 헐리웃 배우가 많이 온다는 유명한(큰!) 영화관, 맘마미아 상영관(여긴 뮤지컬마다 전용 상영관이 있다), 오페라의 유령 상영관(여기가 여왕폐하 상영관)을 구경하고 마치 뮤지컬을 볼 듯이 앞에서 사진 찍었다.ㅋㅋ 가이드가 오페라의 유령이 가장 오래 상영한 뮤지컬이라고 했다. 내 생각에도 앞으로도 계속 상영할 것 같았다.
Fig 4. 그..유명하다던 큰 영화관. 그 당시엔 다크나이트 라이즈를 상영 중이었던듯 하다
Fig 5. 상영관이 많던 거리를 걸어가면서 찍은 사진. (내가 사진을 이것보단 잘 찍는데 생각보다 런던의 밤이 너무 추웠고 피곤해서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트라팔가 광장으로 가서 내셔널 갤러리와 넬슨 제독의 동상 사진을 찍었다. 동상의 인물이 말을 타고 있을 때 말의 네 발이 다 땅에 닿아 있으면 천수를 누린 것, 한 발만 들고 있으면 비극적 죽음, 앞 발을 모두 들고 있으면 정복자란 의미가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순간 나폴레옹 초상화가 기억이 났다. (가이드에게 들은 내용들은 1년이 지난 지금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았는데 일기장을 다시 타이핑하면서 기억이 나는걸 보니 감회가 새롭다.)
Fig 6. 트라팔가 광장. 뒷편으로 보이는 건물이 내셔널 갤러리
밤이 되니 기온이 점점 내려가서 많이 쌀쌀해졌다. 긴 팔에 긴 바지를 입어도 전혀 덥지 않은 정도.. 주로 짧은 옷만 챙겨와서 몇 없는 긴 옷들을 겹겹이 입었는데도 매우 추웠다. 트라팔가 광장을 구경하고 빅밴으로 이동하기 위해 다같이 버스를 탔는데 잔액 부족이었다. 여긴 버스 기사의 연봉이 1억이 넘는다고 한다. 의사와 비슷한데 그 논리가 의사는 명성이라도 있으니 우리는 돈이라도 많이 받겠다-라고 가이드가 말했다. 그래서 일부러 자신들이 없으면 얼마나 힘들지 알아보라고 파업도 하고 도시락 먹겠다고 버스 타고 가다가 도중에 모두 내리세요, 밥 먹고 싶습니다. 이러기도 한다-고 가이드가 말했다. 저 말이 사실이라면 거의 횡포 아닌가; 돈이라도 많이 받으려면 일은 일단 제대로 해야지.
가이드가 현금으로 버스비를 내도 된댔으나 버스기사가 티켓으로 내라고 해서 결국 내렸다.
Fig 7. 숙소로 오는 길에 본 풍경 1
Fig 8. 숙소로 오는 길에 본 풍경 1
일단 오이스터 카드를 충전한 후 지하철을 타고 그냥 숙소로 왔다. 시내와는 달리 숙소역 근처에는 밤이 되니 흑인과 히피들만 있어서 조금 무서웠다. 역에서 숙소가 가까워서 재빨리 귀환했다. 그리고 씻고 잠들었다. 깊이.
p.s. 야경투어 금액이 20 £였다는데, 옷을 따뜻하게 입었고 혼자 밤 구경하는 것이 무섭다면 야경 투어를 받아보는 것도 괜찮다. 그러나 학생입장에서 20 £를 내고 할 가치는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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